 작성자 : 최고관리자
DATE : 13-03-12 11:29
주거환경 및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 보고대회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 외국인 근로자 숙소의 34%가 컨테이너나 비닐하우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고용허가제에 숙소 제공을 의무화하고 시설 기준도 마련, 열악한 숙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박지연 변호사는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외국인 근로자 주거환경 및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 보고대회'에서 "상당수 외국인 근로자가 컨테이너나 비닐하우스 등 열악한 숙소를 제공받아 살고 있다"며 이처럼 주장했다.
이는 태평양이 한국외국인력지원센터, 이주민방송(MNTV)과 함께 최근 외국인 근로자 1천218명을 상대로 벌인 실태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 것이다.
이번 조사 결과 근로계약 체결 때 숙소에 관해 안내받은 응답자는 41.4%인 504명에 불과했고 이들 가운데 안내받은 내용과 실제 기숙환경이 다르다는 응답은 45.0%에 달했다.
사업주가 제공한 숙소에서 사는 응답자 1천14명의 숙소 형태 가운데 컨테이너는 30.2%, 비닐하우스는 4.1%를 차지했다.
특히 종사하는 업종이 농축업인 경우는 컨테이너(38.9%)나 비닐하우스(31.9%)에 사는 응답자가 70%대에 달했다. 어업은 비닐하우스가 56.0%, 컨테이너가 28.0%로 더 열악했다.
박 변호사는 "현행 제도에서는 사업주가 외국인 근로자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숙소를 제공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고 외국인 근로자도 숙소에 관해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행 고용허가제에서 숙소 제공과 비용 부담 여부는 사업주와 근로자가 협의해 결정하는 사항이며 근로계약서에도 숙소에 관한 사항은 명시돼 있지 않다.
이와 관련, 박 변호사는 싱가포르처럼 일정 수준 이상의 숙소를 제공하는 사업주에게만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사업주의 숙소 제공을 의무화하고 숙소 시설기준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지구촌 사랑나눔 김해성 대표는 "이주 여성 노동자는 고립된 사업장에 열악한 숙소 및 근무 환경으로 성희롱과 성폭력의 피해를 보기가 쉽고 피해 발생 뒤에는 적극 대처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실태 조사에서도 여성 외국인 근로자의 10.7%인 22명이 성폭행이나 성희롱 피해를 본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가운데 68.2%는 신고 등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복수응답)로는 불법체류(47.4%), 실직 우려(36.8%), 수치심(31.6%), 언어 문제(21.1%) 등을 꼽았다.
ev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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