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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김해성 (13) 인권존중은 작지만 아주 큰 민간외교
작성자 : 최고관리자   DATE : 13-01-29 11:03
[역경의 열매] 김해성 (13) 인권존중은 작지만 아주 큰 민간외교

한국에서 돌아간 네팔 노동자들이 컬러 달력을 만들었다. 한국에서 일하다가 손목이 절단된 사진들을 그곳에 담았다. 그들이 그 달력을 볼 때마다 한국을 원망하고 저주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피살된 한 베트남 여성의 숙소에서 한국어 교재가 발견된 적이 있다. 그 교재에는 “왜 때려요,우리도 사람이잖아요.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라는 내용이 실려 있었다. 한국에서 일하는 재중동포들은 “당신들이 과연 우리와 피를 나눈 동포인가?”라고 묻는다. 비인간적 대우를 당한 이들의 분노는 위험수위에 달해 있다.

우리 정부는 ‘국가이미지제고위원회’를 만들어 놓고 있다. 하지만 국가이미지 실추의 첫번째는 다름 아닌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인권 유린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처음 우리 센터를 찾아오면 “한국 사람은 다 나쁘다”고 혹평한다. 그런데 우리를 거쳐간 뒤엔 “한국 사람 최고이고 나쁜 사람이 조금 있다”고 태도가 바뀐다. 따뜻하게 대하면 친한인사가 되지만 함부로 대하면 반한인사가 된다. 예전 스리랑카 독립기념일에 스리랑카 야당 국회의원을 한국에 초청한 일이 있었다. 그는 귀국 후 우리를 초청했고 얼마 후 노동부 장관이 되었다. 2004년 말 동남아 지진해일 때 스리랑카 노동자공동체 요청으로 스리랑카에 진료를 갔는데 그는 총리가 되어 있었다. 우리는 총리를 쉽게 만날 수 있었고 환대를 받았다. 그 총리의 조카 2명도 한국에서 불법 체류자로 일하고 있어 우리를 더욱 각별히 대했던 것이다. 그 총리는 현재 스리랑카 대통령이 되어 있다. 한국에 나와 있는 외국인 노동자 상당수는 그 나라에서 최고 학부를 나온 엘리트들이다. 한국에서 돈을 벌어 귀국한 이들 중엔 장관이나 국회의원이 된 사람도 있다. 내가 외국에 나가면 칙사 대접 받는다는 것을 사람들은 잘 모를 것이다. 내게는 민간외교의 선봉에 서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

1999년 7월 국민일보에 가리봉지역 기획기사가 실렸다. 재중동포 5만∼6만명이 밀집해 사는 가리봉지역의 한 해 범죄 5000여건 중 3000여건이 외국인 범죄라는 관할 남부경찰서의 통계가 기사에 실려 있었다. 이 지역에 센터를 만든 뒤 1년여가 지났을 무렵 남부경찰서장이 금일봉을 들고 찾아 왔다. ‘외국인 노동자의 집’이 들어선 뒤 범죄율이 현격히 감소했다는 것이다. 센터에서 무료로 숙식을 제공하고 무료로 문제를 해결해주니 외국인 범죄가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

노동자들과 함께 사는 삶이 늘 쉽지만은 않았다. 뒤늦게 결혼할 때 한 장로님이 두 달치를 넣은 주택청약통장을 만들어줬다. 어렵게 3년을 다 부었지만 집 장만은 꿈도 못 꾸다가 급히 돈이 필요해 해약을 했다. 이를 알게 된 교우들이 난리를 치며 안타까워했지만 엎질러진 물이었다. 셋집을 전전하다 결국 교회 한쪽을 막아 살게 되었다. 집안에는 화장실이 없어 두 딸은 아동용 변기를 사용했다. 딸들은 커가면서 이를 창피하게 여겼다. 어느 날 할머니가 오셨는데 “할머니 우리도 화장실 있는 집에서 살고 싶어요”라며 눈물을 쏟았다.

그 딸들이 중학생이 되고 이젠 내 일에 관여도 한다. 얼마 전에 나는 크레파스와 물감의 ‘살색’을 다른 용어로 바꿔달라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산업자원부는 시정 권고를 받아들여 ‘연주황색’으로 바꾸었다. 방송을 보던 딸들이 ‘연주황색’은 너무 어렵다며 인권위에 다시 ‘살구색’으로 바꿔달라는 진정을 냈고 결국 ‘살구색’으로 변경됐다.

현재 우리 쉼터에는 300여명의 재외동포와 외국인이 살고 있다. 이들을 굶기지 않으려고 시장에서 버려진 배추와 무를 많이 주워 왔다. 푸드뱅크의 꽁꽁 얼려 있는 밥을 녹여 끓여 먹기도 했다. 돈 몇 푼 얻으려고 비굴하게 혀 꼬부라진 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사건을 처리해주다가 욕도 무수히 얻어먹었고 험악한 협박을 당하기도 했다. 바다를 구경하고 싶다는 외국인 노동자들과 여름수련회를 갔다가 물에 빠진 이들을 구조하려고 뛰어든 박흥식 전도사가 끝내 나오지 못하는 사건도 있었다. 이런 가슴 아픈 희생과 헌신 위에 우리는 서 있다.

정리=박동수 편집위원
ds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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