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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김해성 (12) 외국인 노동자 위해 싸우다 구속
작성자 : 최고관리자   DATE : 13-01-29 11:01
[역경의 열매] 김해성 (12) 외국인 노동자 위해 싸우다 구속

외국인 노동자들의 많은 문제를 상담하고 해결했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법을 만들고 제도를 바꿔야 했다.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를 만들고 초대 회장을 맡아 총대를 멨다. 주요 사업은 ‘외국인노동자 보호법’ 제정이었다. 이를 위해 서명운동과 캠페인을 시작하자 법무부 출입국사무소에서 중단하라는 전화가 걸려왔다. 이틀 뒤 출입국사무소 직원이 성남 외국인 노동자의 집 골목을 막고 불법 체류자 단속을 벌였다. 나는 교우들과 단속 차량을 막고 항의했다. 경찰이 투입되고 모두 끌려나갈 때 나는 차량 밑으로 들어가 누워 “나를 죽이고 가라”고 외쳤다. 견인차가 와서 차량을 들어올리고 나를 끌어냈다. 특수 공무집행 방해죄로 양혜우 사무국장과 함께 구속됐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나의 석방과 외국인 노동자 보호법 제정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다. 법무부의 탄압은 도리어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다. 방용석 의원의 의원입법안 등 4개 관련 법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하지만 농성과 삭발,단식 등 전방위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법 제정은 무산됐다. 2003년 6월 말 법 제정에 소극적인 국회 환경노동위의 한나라당 간사에게 항의하러 갔다. 그런데 비서진이 거짓말했다. 그 의원의 지구당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로 하고 당장 다음 해 4월 말까지 장기간의 집회신고를 했다. 그해 7월 임시국회가 소집되자 반대하던 그 의원이 앞장섰다. 일사천리로 2003년 7월31일 ‘외국인 근로자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이에 앞서 1999년 국회에서 ‘재외 동포의 출입국 및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재외동포법)이 제정되었다. 이 법은 재외 동포의 개념을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했던 자’ 등으로 규정했다. 재외 동포 국적 취득 시기는 1948년 정부 수립부터이며 그 전에 출국했던 중국과 옛 소련 지역 동포 300만명은 재외 동포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 중엔 일제 하에서 농사를 짓기 위해,또는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 고국을 떠난 이들과 그 후손도 포함돼 있다.

나는 재외 동포들과 함께 농성을 벌였지만 법안의 국회 통과를 막지 못했다. 결국 안중근 의사나 윤동주 시인,그리고 그들의 후손은 동포가 아니라는 것이고 애국하지 말라는 법이었다. 법 제정 직후 성남 중국 동포의 집 3인이 청구인이 돼 이석연 변호사와 함께 헌법소원을 냈다. 그 결과 2001년 11월 헌법재판소는 재외동포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국회는 법을 개정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나는 또 300여명의 재외 동포들과 함께 3개월 동안 콘크리트 바닥에서 먹고 자며 농성을 벌였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은 선거권이 없는 재외 동포들에게 별 관심이 없었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장을 만나려고 했지만 만나주지 않았다. 해당 지역구 교회 목사님들을 모시고 만나자고 요청했다. 총선을 앞둔 시점이라 그는 만나러 나왔고 재외동포법의 조속한 개정을 약속했다.

마침내 2004년 2월9일,‘1948년 이전에 출국한 자도 포함한다’는 내용이 추가된 재외동포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돼 대통령이 공포하기에 이르렀다. 드디어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에 국외로 이주한 동포들도 ‘재외 동포’에 포함된 것이다. 정말 꿈 같은 일이었다.

그러나 법무부는 법을 시행하지 않았다. 그래서 많은 재외 동포들이 법 제정 이후에도 여전히 혜택을 받지 못했다. 일부는 불법 체류자요 추방 대상자일 뿐이었다. 세계 어느 나라가 제 동족을 불법 체류자와 외국인 노동자로 낙인 찍고 체포,추방하는가. 나는 어쩔 수 없이 또 농성을 시작했다.

법무부에서는 우선 ‘동포 방문 취업제’를 추진하려는데 노동부의 반대로 발목이 잡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외비’라는 자료를 언론에 공개하고 파키스탄 구호 활동을 떠났다. 난리났지만 이해찬 총리는 이를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조속히 시행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결국 ‘방문취업제’는 시행됐고 농성도 115일 만에 끝났다.

정리= 박동수 편집위원
ds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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