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사랑나눔----

 
작성일 : 13-12-09 09:56
희망편지 54. 필리핀타클로반으로!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7,711   추천 : 0  

 

제가 속한 교단인 한국기독교장로회에는
이주민선교협의회(이선협)라는 단체가 있습니다.
세상 나그네를 잘 섬기라는 하나님의 뜻에 따라서
이주민-다문화가정을 돕는 사역을 하고 있는 목회자들이
이주민의 복지와 인권증진, 선교에 힘을 모으기 위해
2010년에 창립된 협의체로 올해는 제가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이선협은 3년 전부터 이주민 사역에 지친 몸과 맘을 충전하고
이주민의 나라를 이해하기 위한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1년엔 캄보디아, 2012년엔 태국, 올해는 베트남을 방문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선협 목회자들은 참가비를 내고, 비행기 티켓 등을 진행 중이었는데
베트남 하노이 연수를 취소하고 필리핀으로 기수를 돌리는 사달이 났습니다.

 

지난 12월 1일 밤이었습니다.
자살을 시도한 고아 소녀 병간호를 하던 큰딸이 응급실에 실려 갔습니다. 
병원을 찾아가 침대 난간에 잠시 기댔는데 깜박 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피곤이 몰려오면서 깜박 조는 순간에 꿈을 꾸었습니다. 
제가 초대형 태풍 하이옌으로 초토화된 필리핀 타클로반의 
가족과 집을 잃고 울부짖는 재해 현장에 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베트남 하노이에 가야 되는데 왜 타클로반 재난의 현장에 가 있지?'

 

묘한 꿈이었습니다. 병원에서 돌아와 곰곰이 생각하는 중에
필리핀 사태를 애써 외면한 죄책감이 꿈으로 나타난 것을 깨달았습니다.
필리핀에서 8천여 명의 사상자와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했다는 비보에
가슴이 아팠지만 이번에는 참아야 한다고 마음을 억눌렀습니다.
급식소가 방화로 전소되고, 쉼터와 이주민병원도 문을 닫았습니다.
복구비 마련과 피해자 치료 등 내 코가 석 자나 빠졌는데! 하며
필리핀의 재난사태를 애써 모른 척 하기로 다짐을 했던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베트남 하노이 연수프로그램은 준비했습니다.
휴식과 재충전을 명분으로 삼았지만 솔직히 말하면
해외연수라는 이름으로 놀러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자 제 양심이 자기를 속이지 말라고 찌르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의 명령을 거역하고 배를 타고 도주한 요나가 떠올랐습니다. 
하나님은 꿈속에서 먼저 저를 필리핀 재난 현장에 서게 한 뒤에
베트남으로 도망치려는 저의 초라한 모습을 보게 하신 것입니다.

 

2004년 겨울에 저는,
쓰나미로 초토화가 된 스리랑카에 가 있었습니다.
수도 콜롬보부터 해변 도로까지 파괴되고 무너진 잔해더미,
폐허로 변한 집들과 치솟는 검은 연기와 시신 썩는 악취가 진동했습니다.
제가 스리랑카로 달려간 것은 한국에 와 있는 스리랑카 이주노동자들의
간절한 요청 때문이었습니다. 통신두절로 가족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자신들은 한 번 가면 올 수 없으니 대신 가서 도와달라고 호소한 것입니다.
그래서 18명의 의료진과 430만 달러의 의약품과 생필품을 챙겨가지고 가서
참혹한 현장에서 종교와 국경을 초월한 사랑과 나눔을 실천했습니다.
그리고 2005년에는 히말라야 산자락이 무너진 파키스탄 지진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6만 여명이 사망하고 25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자 한국의
파키스탄 노동자들이 저를 찾아와서 도와달라고 요청했고, 이번에도 의료진과
급식지원팀들을 구성해 참혹한 현장으로 변한 파키스탄 히말라야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면서 구호활동을 벌였습니다.

 

저는 스리랑카 이주민들을 사랑합니다.
저는 파키스탄 이주민들을 사랑합니다.
저는 베트남 이주민들 또한 사랑하기에
친구의 나라가 어려움에 처하면 힘닿는 대로 돕고 싶습니다.
그런데, 방화를 당해 경황이 없다고, 베트남 방문 일정 때문에
필리핀의 아픔을 외면한 저를 보면서 저의 사랑을 의심했습니다.

 

베트남보다 필리핀으로 가길 원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깨달은 저는
2일 이른 아침에 방문국을 베트남에서 필리핀으로 바꾸자는 제안을
이선협 목사님들에게 문자로 보냈습니다. 반응이 염려스러웠는데
이주민들의 아픔을 앞장서서 껴안고 있는 목사님들은 남달랐습니다.
저의 갑작스런 제안에도 불구하고 목사님들은 아픔의 현장으로 가자고,
재난에 처한 친구 나라를 돕는 일에 나서자고 기꺼이 동의해 주셨습니다.
이로 인해 계약 취소에 따른 위약금이 발생하는 등의 손해가 발생했습니다.
이주민과 그 나라를 향한 사랑이 없었다면 급선회가 불가능 했을 것입니다.
아울러,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에도 필리핀 재해현장을 돕자고 요청했더니
고맙게도 의료지원과 현장복구, 급식지원 등을 결정해 주어서 힘이 났습니다.

 

필리핀은 가난한 섬나라이고, 재난에 대처할 능력이 부족한 나라이지만
한국전쟁 당시에는 7420명의 병력을 파병하고, 기술자를 파견해
장충체육관을
짓게 하는 등 각종 원조와 기술자문으로
전쟁 폐허로 신음하는
최빈국 한국을 일으켜준 고마운 형제 국가입니다.
내일(10일) 베트남 하노이가 아닌 필리핀 타클로반으로 출발합니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우리를 도와주었던 고마운 친구,
재난을 당해 신음하는 어려운 친구들을 도우러 갑니다.
가서, 빚진 자의 마음으로 친구의 눈물을 잘 닦아드리고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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