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사랑나눔----

 
작성일 : 13-11-03 09:15
희망편지 53.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7,855   추천 : 0  

 

엎친 데 덮치다!

 

어렵거나 나쁜 일이 겹쳐서 일어나는

상황을 뜻하는 말인데 제 상황이 꼭 그렇습니다.

헤쳐 나갈 일이 막막하고 앞이 보이지 않아 캄캄한!

 

정부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고 운영하다보니

은행에서 돈을 꾸고, 은행 빚이 눈처럼 불어나도

오갈 곳 없어 찾아온 나그네들을 문전박대할 수 없어

무작정 재워주고, 먹여주고, 병까지 치료해 드렸습니다.

돈이 남아돌아 무료로 밥을 주고, 재워드린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 돌보지 않으면 그 고통은 우리 모두의 것이 되기 때문에,

타국 나그네들을 외면하지 말라는 예수의 가르침 때문에,

사업가도 아닌 목사인 제가 빚쟁이가 되어서 살아갑니다.

 

제가 대표인 사단법인 지구촌사랑나눔이 운영하는 곳은

이주민들을 위한 무료급식소와 쉼터, 병원뿐이 아닙니다.

어린이집과 지역아동센터, 지구촌학교, 그룹 홈까지 운영하다보니

가장 큰 규모의 이주민-다문화 전문기관이 됐습니다.

1996년, 필리핀 산재환자를 돕다가 시작한 일이 이렇게 커졌습니다.

애초에는 굶는 이주민들의 딱함을 보다 못해 무료급식소를 시작했고,

오갈 곳이 없어서 이리저리 떠도는 것을 보다 못해 쉼터를 시작했고,

병원에 가지도 못하고 죽어가는 환자들을 보다 못해 병원을 시작했고,

돈이 없어 어린이 집도 보내지 못하는 다문화 엄마들의 호소를 보다 못해,

왕따 차별로 학교에서 쫓겨나 거리를 떠도는 다문화 아이들을 보다 못해

어린이집과 지역아동센터, 지구촌학교와 그룹 홈까지 운영하게 됐습니다.

 

사람들은 "좋은 일을 한다!"고 하지만

사업 하나 하나가 돈 먹는 하마입니다.

그래서 목사로서 상한 영혼들을 돌보는 일보다는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 여기저기 다니며 굽실굽실 거렸고,

은행을 찾아가 대출 좀 해달라고 사정하는 빚쟁이가 됐습니다.

그런데, 화마가 덮쳐서 급식소를 삼켰습니다.

무료병원과 쉼터 운영이 중단되면서 이주민들은

임시 마련한 피난처에서 한뎃잠을 자고, 병원을 찾았던

이주민들은 화재 현장이 된 병원을 보고 발길 돌립니다.

이처럼 절망과 한숨의 현장에 온정의 물결이 밀려들고,

불에 탄 시커먼 잿더미에서 희망의 꽃들이 피고 있습니다.

가사도우미로 일하면서 월급 80만원을 받는

76세의 중국동포 할머니가 50만원을 내 놓더니 글쎄

피난처에서 한뎃잠을 자는 쉼터 동포들을 보고 가서는

150만원이란 거금을 가지고 와서 저를 울린 최금단 할머니!

오갈 곳이 없는 자신을 먹여주고, 재워주고, 치료해주었는데

이렇게 절박할 때 은혜를 갚지 않으면 그게 어디 사람이냐면서!

 

무료급식소에 봉사를 오시는 씨티은행 오영란 부장님은

고등학생인 아들을 희귀병으로 하늘나라로 보냈습니다.

하지만 오 부장님은 아들을 영영 잃지는 않으셨습니다.

가난한 엄마아빠로 인해 어렵게 지내는 저희 지구촌학교

다문화학생들을 위한 장학금(500만원)을 쾌척하셨습니다.

지구촌학교 아이들을 아들처럼 사랑해주신 오 부장님께서

밥퍼 천사로 봉사하던 급식소가 잿더미가 된 것을 보시고는

씨티은행 동료들과 함께 1150만원을 모금해 전달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저희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영훈국제중학교 2학년 학생들은

십시일반 모은 성금을 들고 직접 찾아왔고, 작은 개척교회 목사님도

정성을 전해 주셨습니다. 허두표 장로님은 30 여년의 공직생활로 받은

행운의 금 열쇠를 전해 주시면서 저를 위로해주셨습니다.

이분들 뿐 아니라 기업체와 교회, 목사님과 장로님, 익명의 손길까지

희망의 꽃씨를 뿌리면서 다시 일어서서 시작하라고 격려해주셨습니다.

보내주신 희망과 온정 덕분에 내일(10월 29일)부터 복구공사를 시작합니다.

그동안은 경찰의 화재감식과 부상자 뒷바라지 등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이번 화재로 1명 사망, 부상자 9명 중 6명은 퇴원, 3명은 치료중이고,

지난 13일 사망한 방화자 중국동포 김씨는 24일 장례를 치러드렸습니다.

 

'각박한 세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정이 없고 삭막한 세상이라는 뜻인데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절대 맞는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화마가 무료급식소를 삼키면서 시커먼 잿더미가 됐지만

온정과 격려, 위로와 용기를 주려고 찾아온 희망의 사람들로 인해

막막한 제 가슴은 뜨거워졌고, 캄캄한 앞길은 환하게 밝혀졌습니다.

이제 자원봉사자들과 복구작업하며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불에 탄 것들을 들어내고, 쓸고, 닦고, 정리하겠습니다.

잿더미에서 희망이 어떻게 피어날지 벌써 가슴 설렙니다.

희망의 소식을 희망편지에 담아 전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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